목록국어국문학, 풍월을 읊다 (60)
adikastos
김열규는 그의 “윤동주론”에서 심리적 에너지가 후퇴했을 때 개아(個我)는 의 세계 를 구조하고, 현실과의 객관적 단절한 채 사고가 에로 기울이듯이 幼兒期에로 退行하 기도 하는 것이라며 윤동주의 동시를 퇴행으로 파악하였다. - 30 -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창구멍」전문 「창구멍」의 동시는 겨울이라는 계절 이미지를 빌어서 가난한 당대 삶을 표출하고 있다. 윤동주의 동시를 보면 겨울 이미지 시 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암흑기의 시대와도 상징적인 의미로 연계되 어 있다. 위 시에서 겨울의 계절 인식은 시대상황과 긴밀한 관계 에 놓여 있다. 추운 겨울에 느끼는 차가움이 식민지 시대의 민중 들의 삶에 반영되어 있다. ..
적국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동주의 자아는 고뇌하고 있다.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40) 가스똥 바슐라르, 이가림 역,『촛불의 미학』(문예출판사, 1975), 80쪽. 41) 이재선, 「집의 공간시학」,『한국 문학 주제론』(서강대학교출판부, 1989), 328쪽. - 25 -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 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흰 그림자」부분 윤동주는 자아 완성을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은 시인 중의 한..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자화상」전문 「자화상」에서 우물의 이미지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우물을 쳐다보는 행위는 내면의 깨우침을 나타내며, 우 37) 마광수, 「동양적 자연관을 통한 ‘부끄러움’의 극복」,『윤동주 연구』(문학사상사, 1995), 344쪽. - 20 - 물 속에는 자연이 공존한다. 달, 구름과 ‘파아란 바람’이 어우려져 흐르고 있다. 우리가 가끔 거울을 보면서 자아의 심리상태를 보고 싶은 행동과 상통한다. 그런데 동주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 습이 미워서 돌아선다. 그러다가 연민을 느껴서 다시 돌아오고 하 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그..
「아우의 인상화」는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어 쉽고 친근하게 다 가온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유를 놓치지 않고 현실에 접 목시켜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위 작품은 윤동주가 동생의 사랑 을 달에 빗대어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동주는 형제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했다고 한다. 연전 때 쓰여진 작품으로 서울에 유학하 면서 가족의 그리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이 시는 동생하고의 대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왜 달에 비친 얼굴은 슬픈 그림일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 은 시대의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해가 아니고 달을 표현한 것은 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 이다. 달은 염원을 가지고 있을 때 소원을 비는 대상으로 인식한 다. 동생의 얼굴에 달이 비치면서 슬픔은 심상으로 ..
윤동주는 자연의 물질들을 내면화해서 자아의 시어로 창작하였다. ‘잎새’ 하나에도 사유하는 정신의 편린들을 나타 내었다. 방은 사색하는 공간으로써 자아를 회복하고 꿈꾸는 세계 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혼자 사유하기를 좋아한 윤동 주는 방의 공간에서 주로 시를 창작하였다. 또한 동심의 눈으로 쉬운 언어와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여 시대상황을 어린이의 눈 으로 형상화하였다. Ⅲ장에서는 비극적 현실과 자아성찰을 검토하려 한다. 윤동주는 어둠의 시대에 자아를 인식하고 맑은 영혼을 가지려고 노력한 시 인이었다. 또한 우리에게 자아의 부끄러움과 성찰을 깨닫게 하였 다. 그의 시는 자신을 갈고 닦아 정신을 정화시키는 세계를 보여 준다. 비판적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그의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 하고 너그러운..
먼저 윤동주의 시를 사회심리학 이론을 적용해서 연구한 박 의상은 윤동주의 시가 순결과 자기성숙의 자기화를 지향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 성장시의 유형을 이루었다21)고 하였다. 김승희는 라깡과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원용하여 윤동주의 무의식에 의해 교 란을 받아 자기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주체성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접한 도덕적인 가족 분위기, 민족의식, 기독 교 및 계율주의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작용하여, 상상계가 결핍되 었다22)고 말하고 있다. 이상호는 윤동주 시가 ①불완전한 자아와 좌절의식, ②소명의식과 자아의 실현, ③이상적 자아와 ‘대출의식’ 의 단계를 거친다고 하면서 자아실현 과정과 의식구조의 해명23)을 설득력 있게 조명하고 있다. 반면에 김열규는 윤동주의 시가 자아 를 회..
Ⅰ. 서론 1. 연구사 검토 및 문제제기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를 살다가 일본의 후쿠오까 감옥에서 1945 년 2월에 생을 마감했다. 사후에 그의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오면서 윤동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윤 동주의 시 연구는 각 분야에서 활발히 전개되어 왔다. 그 동안 윤 동주의 시는 몇 가지 시각에서 연구되었는데, 1960년대 중반 이후 부터 찬양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시인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연 구 및 비평의 출발점을 이루었다. 1970년대에는 윤동주 연구가 활 기를 띠고 그의 시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특히 1980년대에 와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연구의 관심 이 줄어든 상태이다. 윤동주에 대한 연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초기 윤동주..
이 구도에서 자작나무 장작불과 화약불은 대척점에 있다. 어 느 한쪽은 “심캐기늙은이”의 꿈을 촉발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그 꿈을 깨 게끔 하기 때문이다. 정지용은 두 가지 다른 ‘불’의 대비를 노골적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아이러니하게 처리함으로써 하나의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 다. 살펴본 바와 같이, ‘산수시’로 곧잘 명명되는 관례와 달리 정지용의 후기 시편에도 ‘불’의 이미지가 선명한 수사를 동반하며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때의 ‘불’은 초기 시편의 소박한 ‘숯불’류의 불로부터, 차가운 산속의 공기와 직접 대면하는 ‘자작나무 장작불’의 형태로 변모한다. 후기 시편의 불 이미지에서는 모든 이항대립적인 것들, 예컨대 안과 밖, 물 과 불, 그리고 삶과 죽음 등의 경계가 무화된다. 즉..
약간의 비약을 감수하자면, 백록담이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화구호(火口 湖)라는 사실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렇다면 백록담은 원래 ‘더운 물’이었을 것이다. 「온정」의 ‘온정’이 태곳적부터 늘(‘하냥’) 더운 물인 반면 백록담 은 태곳적 한때에 더웠던 물이다. 즉 「백록담」은 흐드러진 붉은 불씨들과 도 같은 뻑국채 꽃을 백록담에 결합시키면서 태곳적의 훈훈한 열기를 다시 금 환기하면서 시상을 전개시킨다. 초기 시편에서 살펴보았듯 정지용에게 꽃, 특히 붉은 꽃은 ‘불’의 원관념이기도 하고 보조관념이기도 하며 동일시 ‘한라수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수국은 토질에 따라 푸른색, 붉은색, 녹 색, 흰색 등 다양한 빛깔을 띠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도체비’는 도깨비의 제 주 방언인데, 수국이 도깨비처럼 신묘하게..
많은 연구자가 지 적한 대로 「삽사리」의 ‘삽사리’는 결국 그대를 지켜주고픈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동물로 볼 수 있다. 즉 「삽사리」와 「온정」에는 ‘나’와 ‘그대’ 의 보살핌의 관계가 거울상으로 뒤집혀 있다. 이 ‘그대’가 가리키는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지용 시에 나타난 존재론적 초월 양상에 주목 한 한 연구는 ‘그대’를 향한 ‘나’의 태도가 ‘종교적 구원’을 포괄한다고 하 여, 두 작품을 “투박한 ‘문학적 종교’로부터 후기의 완숙한 ‘종교적 문학’으 로” 향하게 하는 시발점으로 해석했다.217) 그러나 ‘그대’가 지시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차치하더라도,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초기 시의 주된 시적 구도였던 ‘보살핌-보살펴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