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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kastos

윤동주의 동시, 현실과의 객관적 단절 본문

국어국문학, 풍월을 읊다

윤동주의 동시, 현실과의 객관적 단절

②℃ 2020. 9. 3. 14:00

김열규는 그의 “윤동주론”에서 심리적 에너지가 후퇴했을 때 개아(個我)는 의 세계 를 구조하고, 현실과의 객관적 단절한 채 사고가 에로 기울이듯이 幼兒期에로 退行하 기도 하는 것이라며 윤동주의 동시를 퇴행으로 파악하였다. - 30 -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 살랑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창구멍」전문 「창구멍」의 동시는 겨울이라는 계절 이미지를 빌어서 가난한 당대 삶을 표출하고 있다. 윤동주의 동시를 보면 겨울 이미지 시 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암흑기의 시대와도 상징적인 의미로 연계되 어 있다. 위 시에서 겨울의 계절 인식은 시대상황과 긴밀한 관계 에 놓여 있다. 추운 겨울에 느끼는 차가움이 식민지 시대의 민중 들의 삶에 반영되어 있다. 윤동주는 동시를 통해 압박받는 민중의 현실 생활을 형상화하고 있다. 위 시는 현실의 구체적 생활 모습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 우 리 아빠 뒷자취 보고 싶어서”에서 의미하는 것은 민중들 삶이 그 대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형상화되었다. 그리고 ‘아롱아롱’ ‘살랑살 랑’의 시어를 통해 동시의 가벼움과 경쾌감의 시각적 이미지를 만 들고 있다.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을 통해서 윤동주 가슴속에는 현실인식이 자라나고 있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여긴여긴 북쪽 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 31 -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 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 「조개껍질」전문 「조개껍질」은 윤동주가 최초로 쓴 동시이다. 그 시기에 많은 동시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조개껍질이라는 사물을 그리움이라 는 정서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조개껍질은 단순한 사물 이 아닌 어린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개껍질을 보고 바닷가를 그리워한다. 이것은 의미의 확장과 더 불어 공간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긴여긴 북쪽나라요”에서는 남쪽나라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 이 형상화되어 있다. 한 짝을 잃어버린 조개껍데기에서 자연에 대 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윤동주는 자아를 조개껍질에 투영시켜 바다에 대한 동경과 갈망 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건청은 윤동주에게 있어서 근원은 ‘고향’이 며 그 곳은 항상 떨어진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도달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리움의 정서를 지닌다46) 고 말한다. “아롱아롱, 조개 껍데기, 데굴데굴 조개 껍데기”등의 두운과 각운 그리고 첩어의 사용으로 규칙적인 3음보 운율로 된 짜임새 있는 구조로 짜여진 이 시는 훌륭한 동시의 전형을 보여준다47)고 한다. 윤동주의 동시에 나타난 의성어, 의태어는 동시를 재미있고 쉽게 46) 이건청, 「윤동주 시의 상징연구」,『한국문학의 현대적 해석 13-윤동주』(서강대학교출판부, 1997), 135~136쪽. 47) 김덕수, 「윤동주 시에 나타난 내면 의식의 변모 연구」(충남대대학원박사논문, 1998. 2), 32 쪽. - 32 -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웬 내굴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이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짝이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 「굴뚝」전문 「굴뚝」은 산골짜기 오막살이라는 구체적 공간을 묘사하면서 애들이 함께 모여 감자를 구워 먹는 모습이 그림처럼 형상화되는 시다. 대낮에 산골짜기 오막살이집에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이미지화 된다. 고향을 잃고 타향을 떠돌던 시대 상황 에서 그리움의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감자를 굽는 애들의 검은 눈과 꺼멓게 숯이 발라진 입술을 눈앞에 서 보고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나라를 잃고 떠돌 던 민중들의 애환과 가난한 살림살이도 느껴진다. 윤동주는 동시 에서도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아파하고 사색하고 있다. 과거는 현 재의 내가 있게 된 내력을 소상하게 알 수 있게 해 주며 미래의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48)고 했다. 윤동주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것에도 생각하고 아파하며, 진솔한 표현으로 초기시의 관념적이고 어려운 시에서 탈피했다. 윤동주는 현실이 반영된 동시를 썼으며, 구체적이고 진 48) 정의열, 「윤동주 시에서의 새로운 주체 연구」(서울대대학원석사논문, 2003. 2), 44쪽. - 33 - 솔한 표현으로, 우리의 정서를 따뜻한 사유로 풀어냈다. 윤동주의 동시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화해와 평화의 세계이다. 사 람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평화의 표현이 구체적인 시어로 형상화 되고 있다. 또한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쌋트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명에 대립하여 자연의 순수성 추구와 함께 시인은 현실과 이 상의 조화를 추구한다.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이상세계의 추 구가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 34 - Ⅲ. 비극적 현실과 자아성찰 1. 자아성찰과 부끄러움 윤동주 시 세계의 핵심 중 하나는 부끄러움을 시로 승화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이상향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그 것은 고결한 정신세계와 결백하리만치 자신의 완벽성을 추구하던 시인의 성향에서 기인하였다.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동주는 사색 을 통해 자아의 깨달음을 깊게 성찰했다. 부끄러움을 잃어가는 시 대에 윤동주의 자아성찰과 부끄러움은 대중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끄러움을 대표하는 시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서시’ 다. 서시가 씌여지게 된 동기는 연희전문을 졸업할 즈음해서이다. 별 헤는 밤’을 완성한 다음 동주는 자선 시집을 만들어 졸업 기념으로 출판하기 를 계획했었다. ‘서시’까지 붙여진 친필로 쓴 원고를 손수 제본을 한 다음 그 한 부 를 내게다 주면 시집의 제목이 길어진 이유를 ‘서시’를 보이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 리고 처음에는 (‘서시’가 되기 전)시집 이름을 ‘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를 연필로 ‘병원(病原)이라고 써넣어 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 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앓 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 시고를 받아 보신 이양하 선생께서는 출판을 보류하도록 권하셨다. ‘십자가’,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과 같은 작품들이 일본 관헌의 검열에 통과될 수 없을 뿐더러 동주의 신변에 위험이 따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라고 하셨다는 것 이다4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49) 장덕순,「잊지 못할 윤동주 일들」,『나라사랑』23집(1975), 140쪽. - 35 -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전문 ‘서시’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와 역사를 떠나 서 저 혼자만의 서정적인 감각이 주는 쾌감과 그 피난처의 안식에 는 그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와 역사를 보는 눈이 불현듯 밝아지고 나 개인 속의 ‘나’가 아니라 ‘역사 속의 나’, ‘민족 속의 나’를 하나의 사명감으로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미 6~7 년 전부터 시를 써왔으면서도 여기에 ‘서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 는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50) 한편, 오세영은 ‘서시’에 대해 아무 리 “나는 저항한다”고 외친들 그것이 저항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시의 내용에서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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